노숙도 지방보다 서울이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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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면 월급 220만원 준다더라".. 노숙인 上京 행렬서울시, 자립 지원에 매년 100억 '밑 빠진 독에 예산 붓기'
노숙인 감소세는 오히려 주춤.. "10명중 1명꼴 지방서 와" 28일 오후 서울역 주변에서 노숙인 2명이 멱살을 잡고 승강이를 벌였다. 50대 노숙인이 다른 노숙인에게 "어디서 굴러먹던 놈이 내 자리를 빼앗느냐"고 따지면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그는 "겨울만 되면 못 보던 얼굴이 늘어난다"며 "지방에서 올라오는 노숙인이 많다"고 했다. 또 "서울처럼 공무원이 노숙인 건강이며 일자리를 챙겨주는 곳은 드물어서 다들 몰려든다"고 했다. 노숙인 정책을 담당하는 시 관계자는 "요즘 현장에 나가보면 40여 명 중 3~4명꼴로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푸짐한' 노숙인 혜택을 누리기 위해 지방 노숙인들까지 줄지어 상경(上京)하고 있다. 시는 노숙인 감소를 위해 매년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인다. 일자리와 숙소를 마련해주며 노숙 생활을 접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에서 몰려드는 노숙인 때문에 감소 폭은 오히려 줄고 있다. '서울에 가면 월급 200만원짜리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몰려온 지방 노숙인이 늘어난 탓이다. 28일 서울역 광장에서 서울시가 제공하는 무상 진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노숙인과 독거 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김지호 기자
시에서 일자리를 알선받았더라도 실제 정착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년간 노숙자 2700명이 직장에 들어갔으나 이들 중 70%가 일을 그만뒀다. 서울의 한 택배 업체는 지난 6년간 노숙인 50여 명을 채용했다. 월급 200만~220만원을 주고 기존 직원과 동일하게 대우했다. 국내 중소기업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월급이 217만원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파격적 대우다. 그러나 50여 명 중 40여 명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 "일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였다. 일부는 월급만 받고 잠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우 좋은 서울로 올라가자"며 지방 노숙인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서울시는 주민등록상 주거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준다. 겨울철이면 지하철 1호선 서울역과 영등포역에 응급 잠자리 시설을 마련해주거나 최장 6개월간 고시원 월세를 지원해준다. 시나 지원센터 직원들이 침낭을 나눠주고 임시 시설로 안내하며 노숙인의 건강 상태도 챙긴다. 시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노숙인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나진 못하고 있다"면서도 "외부에서 온 사람이 너무 많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시가 노숙인들에게 무차별적 혜택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시는 이전에 중도 이탈한 경력이 있는 노숙인도 다시 지원하면 일자리를 준다. 시로부터 세 차례나 일자리를 알선받고도 1년이 안 돼 그만둔 사례도 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국민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으려면 노숙인 중에서도 자활이 가능한 사람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인기 영합주의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노숙인 문제를 일자리 제공이 아닌 영구 주택 공급을 통해 해결하려는 '하우징 퍼스트(Housing first·주거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만성 질환을 겪고 있거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노숙인을 선별해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자립 의지가 없는 노숙인에게 복지 혜택을 남발하기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영국, 프랑스, 캐나다, 뉴질랜드 등 전 세계 100여 도시에서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 [포토] 노숙인들의 서울 상경…일자리 등 제공에 서울시 노숙인 매년 증감 |